테스트 결과를 접하며...

어릴 때... 교회에서 장래희망을 적을 때, 아빠라고 적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멋진 군인, 사람을 고치는 의사,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을 적어낼 때...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답을 하곤 했다.

아빠가 되고 싶었다. 한동안 힘든 시기에는 그리고, 서른을 넘어서면서도 아무것도 없었던 때는 이 꿈을 접었지만, ... 오늘 아빠가 되었다. 아니다... 아직은 법적으로 아빠가 아니지만, 앞으로... 9개월하고 1주.. 더 지나면.. 아빠가 된다. 뭐... 애를 뗄 생각없고, 마눌도 어리고 튼튼하니깐... 아빠가 되는데는 문제가 없다...

며칠전부터... 마눌이 영 상태가 안좋더라고... 혀바늘도 빠지고, 또 엉치뼈있는 곳이 아프다고 하더군... 나는 또 공부하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는 줄 알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생리할 기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소식이 없는 것도 이상하더라고...
생리기간을 하루 넘겼을 때는 전에도 이런 적이 있어서... 별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하루.. 또 하루를 넘기니깐.. 점점 기대감이 쌓이더군... 그래도 표시를 내지 않으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였지만... 속이 타더군... 확인을 해 보고싶어서 말이야...

그런데, 오늘 마눌이 집에서 확인해 보았더군... 내가 점심먹으려고 앉아서 평소하듯이 전화를 했는데... 잠자는 목소리로 받더니, 대뜸 테스트를 해봤다고 하더라고... 뭔가 했더니.. 임신테스트기로 확인했더군... 사진과 같은 표시가 나타났다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다시 확인해봤더니.. 임신이라고 하더군.... 같이 먹는 사람들이 있어서 일단 빨리 끊었는데... 웃음이 안떠나더군... 나의 장래희망인 아빠가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나려고 해서...

혼자 실실 계속 웃다가 이상하게 쳐다보는 눈빛을 느끼고.. 황급히 아무것도 아닌채.. 또 일을 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앞으로..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나는 웃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뱃속에서 자라는 동안은.. 자신의 엄마를 힘들지 않게 했으면 한다. 하나님께서 돈마니주니어에게 돈많은 아빠, 얼굴이쁘고 교양있는 엄마를 주진 않았지만, 돈마니주니어를 위해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고,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나의 아버지같은- 아빠를 만나게 해줄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돈마니주니어를 위해 날마다 기도하고 격려해주는 -나의 어머니같은- 엄마와 살게 해줄거라고 믿는다.

하루하루 너와 얼굴을 맞대는 그날을 기대하며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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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돈마니

2004/09/29 23:00 2004/09/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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