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쉬었습니다.
전 토요일 근무를 했기 때문에, 10월1일임에도 불구하고 쉬었습니다.
그래도, 아침부터 이어지는 업무용 휴대폰의 벨소리때문에, 오전의 대부분은 집 안에서 업무지원도 하며, 인터넷도 하며, 빨래를 널기도 하였습니다.
어쨌든 회사라는 공간을 벗어난 상황이라서, 약간의 회사일을 하는 것도 그렇게 기분나쁜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나를 필요로 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빨래를 너는 것도 민경이가 바빠서 그냥 나갈 수 밖에 없을 때 도울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아침에 영서를 보육원에 데리고 간 것도, 전 날 준민이 집에서 잠을 잔 영인이를 만나러-데리러 가려고 간 것인데, 더 놀겠다고 해서리- 간 것도 평온한 휴일의 하루였습니다.
멀리 가는 것보다, 이렇게 집근처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이 좋은 하루였습니다.
오후에 영인이를 데리러 가기 전에 혼자서 거의 1년을 벼르고 벼른 토마토(라)면집에 가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메뉴를 주문하고, 맛있게 먹고, 역 앞의 스타벅스의 노천테이블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읽으면서 오후를 보냈습니다.
오후 2시가 넘어 영서를 데리러 보육원에 갔습니다.
잠자다가 아빠가 왔다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서 나에게로 온 영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이쁜 넘을 맡기시다니.... ㅋㅋ
다시 자전거를 몰고 영인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이젠 데리고 와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피부과병원에 가서 영인이 몸에 난 물린 자국과 영서의 피부트러블을 의사선생님께 보여주고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진찰을 마치고, 공원을 향했습니다. 함께 잔 아이들이 공원에서 영인이와 영서를 기다린다고 했기에, 급하게 공원으로 갔지만, 이미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가려고 자전거를 돌리는 순간, 평온하던 오후가 깨어져 버렸습니다. 아이들을 앞뒤로 태운 자전거가 돌리던 도중 옆으로 넘어진 것입니다.
턱을 그대로 땅바닥에 찧어버리는 영서의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는데도 손도 내밀지 못했습니다. 영인이도 두 팔이 바닥에 부딪혀서 팔꿈치부분에서 피가 났습니다.
영인이와 영서는 얼마나 아팠는지 금방 울기 시작하였고, 영서는 턱밑과 입안이  찢어져서 피가 많이 흘렀습니다.
괜히 덜다친 영인이에게 게임하다가 넌 다쳤다면서 짜증을 내며, 급하게 민경에게 전화를 해서 근처의 정형외과위치를 물었고, 두정거장이나 떨어진 곳의 병원정보만 가지고, 피흘리는 영서와 영인이를 다시 자전거에 태우고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아무래도 자전거 앞뒤로 또 애들을 태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집으로 들러, 영인이는 자기 자전거를 타게 했습니다.
조용히 영인이는 아빠의 뒤를 따라왔습니다.
신호등에 서서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영인이가 나에게 자기는 게임하고 있지 않았다면서 말했습니다. 그순간, 속좁고 쉽게 화내는 내가 또 영인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생각과 함께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인이에게 사과를 하니 아빠의 사과를 들은 다음에야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한 잘못을 아이들에게 덮어씌우다니, 참 나쁜 아빠라고 생각했습니다.

두정거장을 내달린 다음, 병원에 도착해서 1시간을 기다린 다음,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몇 번이나 아이들에게 잘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너무나 착한 아이들은 괜찮아, 다음부터는 그러지마 라며 아빠의 사과를 받아주었습니다.
하마터면 큰 소리를 내고 울 뻔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이미 자신들의 상처는 다 잊은 듯 웃으면서 장난치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에는 평온함으로 ... 오후에는 아이들을 통한 용서함을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이 하루를 주신 하나님, 당신이 계셔서 참으로 기쁘고, 안도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매 순간 당신의 보호하심과 알려주심이 우리 가족에게 함께 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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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돈마니

2012/10/02 22:08 2012/10/0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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