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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20 에피소드 by 돈마니 (1)

에피소드

결혼 전에 인사하러 갔을 때.. 아마.. 이 이야기의 일부는.. 언젠가 쓴 기억이 난다.
새벽일찍 첫인사를 드리러 우김쟁이 집에 방문했을 때,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만난지 20분도 채 안되어서 출근하신다며 집을 나가셨는데... 나는 이게 "역시 맘에 안드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음.. 실제로도 그랬을지도 모르지...
우리집에서야 나에 대해 주관적인 시선으로 날 보지만, 객관적으로 볼때는 나이많고, 키는 작고, 돈없고, 말도 잘 못하고... 등등..

하여튼 그래도 왔는데, 그냥 가기도 그래서 할머니가 차려주시는 밥먹고... 거실에 별 할 일 없이 앉아 있는데, 할머니가 나에게 말을 거시면서 나보고 선생님이라면서... - 우김쟁이가 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게 하려고 내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이야기를 여러번 하여서... - 연신 기분좋으신 표정으로 웃으셨다.
일말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할머니의 말상대.. - 말상대라기 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입장이었다 - 가 되어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고개도 끄덕이고 그랬다...
할머니는 교회다니는 것에 대해 아주 안좋은 감정이 있으셨고, 그 원인이 된 상대에 대해.. 갖은 욕(뭐.. 자주 접하던 욕들이어서 충격은 없었다)을 하시면서 한 2시간정도를 이야기를 하셨다. 교회다니는 것들은 다 어떻게 해야 한다.. 뭐.. 이런 식으로... ^^;
나는 뭐라고 반론을 하지 않았다. 내가 반론할 만큼 아는 것도 아니었고, 할머니의 푸념에 기독교인이랍시고 같은 기독교인에 대한 욕을 하는 것에 대항하여 그렇게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마 약간씩은 다들 그렇지는 않다는 식으로 짧게 이야기를 드린거 같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다가 문득... "선생은 교회다니요?"라고 물으시길래... 그냥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예, 다니는데여."라고 하니.. "이를 우얄까(어떻게 해야하나)"를 연신하시면서도 다행히 나보고 교회다니지 말라는 이야기는 안하셨다.

마지막 끈도 끊겼다고 생각했던 때가 왔는데... 의외로 그날 저녁 때, 우김쟁이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로는 할머니가 좋게 생각하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할머니의 지원으로 아마 결혼을 그리 어렵지 않게 승낙받았다.
거동이 불편하셨는데도 불구하고 결혼식에 참석하시려 대구까지 오셨다.  참(정말).. 할머니가 우리 민경이를 사랑하시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도 신부대기실에서 할머니와 우김쟁이가 찍은 사진이 우리집 텔레비젼 위에 놓여져 있다.

그 뒤로 우김쟁이가 임신하니, 복띠라고 태명도 지어 주셨다. 몸이 안좋아지셔서 어느 노인병원에 입원하셨는데.. 그 병원교회에서 세례를 받으셨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 ... 하나님이 나에게 기쁨을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시기 전에 그렇게 예수님을 영접하였다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가족에게 주시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너무나 감사했다.

그리고, 지난 목요일 ... 우김쟁이의 울음과 함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들었다.
말을 잘 못하는 나는 우김쟁이가 울어도 위로의 말도 못건넸다. 그런 슬픔은 말로 위로하여도 위로가 되지 않는 것을 경험해서.. 그냥 어깨만 두드리고...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할머니에게 민경이와의 결혼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것에 대해 그리고, 결혼 후에도 아낌없이 손녀딸을 사랑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함도 전하고 ... 세례받으신 것을 축하드리고 싶었는데...
워낙 숫기도 없고 말주변도 없어서 미쳐 전하지 못하였다.
항상 못난 놈들이 살아 계실 때 잘 못하면서 나중에 후회를 하는데... 내가 못난 놈인 것 같다.

할머니, 그래도 권서방 용서해 주실거져? ..
편히 쉬시고 천국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을 누리시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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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돈마니

2008/04/20 18:09 2008/04/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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